며칠전에 예고편을 볼때부터 이미 슬펐다.
영화가 시작하려는 순간부터 나는 가슴 안쪽의 아릿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랑하지만 시대와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이별해야 했던 연인들이라니,
단 몇달간의 사랑의 댓가로 십수년을 기다리고도, 그러고도 다시 만나지 못한 인연이라니.
초반부 감옥에서 나온 이젠 늙어 버린 남자가 고기를 한줌 입에 넣고 씹다가 뚝뚝 흘리는 눈물. 정말 슬픈 자의 눈물이란 저럴때, 저런 모습으로 터져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요 며칠 오디션 기간 동안 지겹게 봐왔던, 연기 초짜들까지도 참으로 무난하게 보여주던 그 처절하게 질러대는 고통의 비명과 눈물들, 오히려 그런 것이 가짜라는 것을 슬퍼보았고 울어보았던 이 나이의 나는 안다. 그래서 그의 그 슬픔에 나도 동참했다.
이 영화가 멜로라인에 충실하지 않고 시대와 인간에 대한 언급에 중반 이후 집중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것이 이젠 특별히 참신하지도 않은 관점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아주 슬픈 연인들의 이야기를 기대했던거뿐이니까. 하지만 만드는 자의 책임감이란, 그런 언급을 하지 않으면 뭔가 얄팍한 장사꾼이 된듯한 죄책감을 느낄법도 한 일이다. 그래서 재미는 덜했지만 투덜거릴 필요까지는 없을거 같다.
이어서 본 '미녀는 괴로워' 도 바보스럽지 않은 대중영화였다. 여전히, 열심히 영화를 만드는 인간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이래저래 반가운 일이다.
집에 오는 길에 정이현의 소설집 하나와 황석영의 '오래 된 정원'을 사들었다.
내가 겪은 시대도 아니고, 내가 겪은 슬픔도 아니지만, 나는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거처럼 그날을, 그들을 추억한다. 이 책을 읽을 앞으로 며칠간은 아마 마음 한쪽이 묵직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