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대답
돌아가는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들었다
왜 울었을까
...
- 박완서 마지막 에세이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이맘때 박완서씨의 이상형 핵심 키워드. '일 잘하는 사내'
착한 사내도 아니고, 잘 생긴 사내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도 아닌 .
굳이 상상해 보자면, 구릿빛 피부에 말 없고 건장한, 믿음직스러운 남자와 함께.
'죽기전에 완벽하게 정직한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바램으로서의,
농사 짓고 살고 싶다.
이런 사내라면,
블로그는 왠지 모를거 같고,
가슴 짠한 영화를 보고 나서도 별 호들갑 없이
'좋네..' 한마디 한 후 낮에 못다한 못질 마저 하러 나갈거 같고.
'깊고 깊은 산골에서' 둘만 살고 싶다는 처녀의 고백에
...좀 야한데..*-_-* 하는 생각 같은건 안하지 싶은.
그런 사내가 아닌게 부끄러워서
젊은 눈망울들은 가는 길에 눈물 흘렸겠지.
혹은 내 남자가 그런 사내가 아니라서 분했으려나.
이쯤에서 떠오르는 몇년 전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유서.
'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
아, 나는 다음 생에 어떤 사내로 나서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가.
... 지금이나 좀 잘 하고 나서 생각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