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까미 류
다까하시 겐이치로
오쿠다 히데오
...
옆나라에선 전부 공부 때려치고 투쟁하던 세대들이
좌절이든 전략적 선택이든 뭐든해서 글쟁이로 거듭나 살아가는데.
혁명인지 생활인지 알 순 없지만 뭔가 불타고 있는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재산.
그러나 이 모, 김 모, 고 모, 박 모, 부 모 ..
이 반도에선 골방과 도서관에 쳐박혀 있던 수줍은 젊은이들과
대학가 호프집에서 골뱅이와 함께 노가리를 씹어대던 청춘들이 글쟁이가 되었다.
참으로 모던하고 아티스틱하지만 소박하고 지루한, 글과도 비슷한 그 나물 타령들.
대신 삼미왕별이 팔대빵 맨날 육회콜드로 지는건 전두환이 개새끼라서,라던 선배들은
처음엔 입에 풀칠하겠다며 풀 죽어 추적추적 기어간 학원가에서
왕년 구호 외치던 노련미로 마이크 잡더니
이젠 기름기 가득한 입술을 번들거리며 원장님과 CEO들로 거듭나셨다.
자긴 뭘해도 잘한다며 뿌듯해하던 이 선배님들은
그러나 뭔가 느끼하면서도 헛헛한 내장의 기운이 좀처럼 가시질 않아,
자꾸 배를 두들겨봤자 덮인 삼겹살에 좀처럼 시원하질 않다보니
이젠 슬슬 나를 너를 우리를 다시 사랑하고 싶어들 한다.
우린 복받은 인간들이다.
뭘해도 잘하는 그 양반들이 곧 우리 민중과 민초들을
열이 한걸음씩 열걸음이라며 이끌고 나가줄테니까.
허름한 골목길마다 늘어설 포스터에서 뵐 그 날이 오면!
마흔평 오피스텔 에어콘 옆에 놓인 꽃병에게도 해방을!
난 그래서 쓸데없이 배아프게나 하는 옆나라 작가들보다
매트로폴리스적이면서 술나발도 잘 부시는 우리 작가들이 더 존경스럽고,
인간적이면서 풍류도 아는 우리 선배님들이 훠얼씬 더 마음에 든다.
조금 허탈하더라도 웃기는게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