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에 해당되는 글 20건

  1. (詩) 작가와 꽃병
  2. 남자, 여자. - 2 -
  3. 남자, 여자. - 1 -
  4. 평범한 남자친구.
  5. 청춘배신예찬 - 그 사랑과 열정.

(詩) 작가와 꽃병



무라까미 류
다까하시 겐이치로
오쿠다 히데오
...

옆나라에선 부 때려치고 쟁하던 세대들이
좌절이든 전략적 선택이든 뭐든해서 글쟁이로 거듭나 살아가는데.
혁명인지 생활인지 알 순 없지만 뭔가 불타고 있는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재산.

그러나 이 모, 김 모, 고 모, 박 모, 부 모 ..

이 반도에선 골방과 도서관에 쳐박혀 있던 수줍은 젊은이들과
대학가 호프집에서 골뱅이와 함께 노가리를 씹어대던 청춘들이 글쟁이가 되었다.
참으로 모던하고 아티스틱하지만 소박하고 지루한, 글과도 비슷한 그 나물 타령들.

대신 미왕별이 대빵 맨날 회콜드로 지는건 전두환이 개새끼라서,라던 선배들은
처음엔 입에 풀칠하겠다며 풀 죽어 추적추적 기어간 학원가에서
왕년 구호 외치던 노련미로 마이크 잡더니
이젠 기름기 가득한 입술을 번들거리며 원장님과 CEO들로 거듭나셨다.

자긴 뭘해도 잘한다며 뿌듯해하던 이 선배님들은
그러나 뭔가 느끼하면서도 헛헛한 내장의 기운이 좀처럼 가시질 않아,
자꾸 배를 두들겨봤자 덮인 삼겹살에 좀처럼 시원하질 않다보니
이젠 슬슬 나를 너를 우리를 다시 사랑하고 싶어들 한다.

우린 복받은 인간들이다.
뭘해도 잘하는 그 양반들이 곧 우리 민중과 민초들을
열이 한걸음씩 열걸음이라며 이끌고 나가줄테니까.
허름한 골목길마다 늘어설 포스터에서 뵐 그 날이 오면!
마흔평 오피스텔 에어콘 옆에 놓인 꽃병에게도 해방을!

난 그래서 쓸데없이 배아프게나 하는 옆나라 작가들보다
매트로폴리스적이면서 술나발도 잘 부시는 우리 작가들이 더 존경스럽고,
인간적이면서 풍류도 아는 우리 선배님들이 훠얼씬 더 마음에 든다.

조금 허탈하더라도 웃기는게 어디야.







남자, 여자. - 2 -





남자는 책임감,





여자는 의리.






남자, 여자. - 1 -


내가 여자라면 남자를 볼때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성실할 것.
미래에 있어 비전을 가지고 있을 것.
무심하지 않을 것.


- 성실, 꿈, 자상.


이런 얘기를 하면 꼭 뒤따라 오는 질문이 '그럼 (니가 보는) 여자에게 필수적인 덕목은?' 이게 마련.



공식적인 답변은 아래와 같다.


진실할 것.
센스 있을 것.
삶의 품위를 지킬줄 알 것.

- 진실, 센스, 품위.



... 비공식적인 답변은 비공식적인 자리를 위해 굳이 알리지 않기로 한다. 뭐, 다들 눈치 챘겠지만. -_-



평범한 남자친구.

일요일 아침, 식사를 하는동안 케이블에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가 나오고 있었다.


명대사들의 만찬, 사랑에 대한 통찰,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인간들에 대한 찬미..



이번에 새삼 와 닿은 장면은 이것이다.


" 왜 나는 나를 미치게 하지 않는, 아주 평범한 남자친구를 갖지 못하는 것이죠!! "


라는 여자의 말에 그녀의 어머니가 슬쩍 끼어 든다.


" 다들 그걸 바라지만 세상에 그런 남자친구는 없단다. "


...




여자들의 바램은 때로 이렇게 심플하게 표현 될때가 있다.

- 물론, 그 '평범한' 이란 A4 용지 80 매로도 요약 되기 힘들만큼 복잡한게 문제지만.



어쨌든, 그 주인공이 남자였다면 아마 이런 대사를 하지 않았을까.


" 왜 나는 예쁘고 성격 좋고 똘똘하면서 동시에 가슴까지 큰 여자친구를 갖지 못하는 것이죠!! "







... 말하나마나지만, 대답은 같다.









청춘배신예찬 - 그 사랑과 열정.



- 보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한 과격한 화법으로 인해, 이것을 '강요' 내지는 '선동'이라고 생각하진 말아주길. 나는 단지 이 깊은 새벽, 오지 않는 잠을 달래며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사랑은, 혹은 열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 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과 위치를 부여 받는다. 체제에 의해 발명 된 개념일뿐이라고 제 아무리 시니컬하게 우겨도 우리는 실존적, 경험적으로 그것이 나 자신의 내면과 관련 된 것임을 알고 있다. 굳이 어설프게 알고 있는 힌두 탄트라 개념라던가 그 많은 위대한 정신들의 사랑예찬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사랑의 열정은 단지 호르몬 기작일뿐이라고 현대 과학은 말한다. 그런 관점에선 인간의 모든 삶의 활동은 단지 에너지를 흡수하고 소비하는 엔진의 시스템과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엔진이 다르듯이 열정과 페닐에틸아민은 다르다. 그래서 열정은 2년만에 반드시 끝나고 마는 일개 화학작용이 아니고 대상과 관계에 의해 3개월만에 끝나기도 하고 5년을 끌수도 있는 복잡한 발현을 가진다. 단, 그 열정이 대체적으로 영원하지 못한 것은 인간이 엔진과 비슷한 면을 갖고 있는 일개 동물체로서의 한계라고 인정하자. 우리가 기계가 아니듯, 신 역시 아니니까.

인간의 정신을 모욕하는 호르몬론을 일단 잠정적으로 부정하고 난 후엔, 우린 그 열정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할 차례가 된다. 당신의 열정은 당신을 불태우고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해주며, 때론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면서 당신이 살아 있는 존재임을, 그리고 왜 존재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도와줄 것이다. 그 과정은 아주 굳건한 당신의 내면을 허물어트리고 그리고 그 결과로서 열정은 당신을 성장 시킨다. 또한 그 추억은 당신이 헛되이 살아오지 않았음을 증명 시켜 줄 것이니, 이렇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 모든 것에 밀접하게 작용하는 열정이 우리 삶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인간은 단 한번 살아가며, 단 한번의 청춘을 갖는다. 늙은 주제에 마음은 청춘이라고 외쳐봤자 진정한 의미의 청춘은 그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당신의 청춘이란 열정과 열기로 충만해야 할 것이고, 그것은 마치 한낮의 햇빛을 가득 머금은 한포기 풀이 그 추운 밤을 견뎌내는 것처럼, 당신의 남은 식어가는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 할 것이다. 그래서 청춘은 곧 열정이며, 열정은 곧 사랑이며, 따라서 청춘은 곧 사랑이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청춘이 열정이 사라진 식은 사랑의 시체을 끌어안고 일찌감치 늙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가. 여기서 열정은 곧 사랑이지만, 사랑이 곧 열정인 것은 아니다. 사랑에는 신뢰, 친밀함, 희생등 여러 좋은 개념들이 많이 포함되지만, 그러나 청춘에게만큼은 사랑은 곧 열정이어야 한다. 청춘에게 공급 된 너무 적은 양의 열정은 갈증을 불러 일으키고 그것은 그 이후 인생에서 큰 결핍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낮에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풀은 그 긴긴 밤을 이겨낼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위해, 청춘은 보다 열정적인 사랑을 해야 할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타인에게 상처 입힘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 열정이 서로를 보호해주고 있을땐 어떤 질문도 던질 필요가 없다. 상대가 못난이라도, 외눈박이더라도, 정신병자라도 그를 마음껏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그 열정이 사라진 후엔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할줄 알아야 한다. 지금 이곳엔 열정의 빈자리를 충실히 채울수 있는 것들로 가득차 있는가?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은 이것들이다.

1. 서로를 신뢰 하는가.

2. 서로를 존중 하는가.

3. 서로의 인생을 자기것처럼 아끼고 있는가.

4. 서로를 위해 기꺼이 희생 할 마음 가짐이 되어 있는가.

5. 서로는 서로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그 모든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그 관계는 유지 되어질 가치가 있다. 충분한 물과 비료는 약간의 햇빛부족을 보완해줄수 있으므로. 그러나 단 하나라도 자신이 없다면 머지 않아 그 사랑은 시체가 된다. 그리고 곧 서로를 좀먹는 병균덩어리가 될 것이다. 우린 그 전에 그 사랑을 아름답게 묻어주어야만 한다. 연애란 사랑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이것은 지킬 가치가 있는 사랑을 유지해 나간다는 뜻일뿐, 화석이 되고 박제가 되고 곰팡이 무성한 죽은 사랑의 흔적을 지켜보며 붙잡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청춘은 짧다. 그리고 열정을 배제한 점잖은 사랑을 할 기회는 늙은 후에도 충분히 많을 것이다. 나의 몸과 정신이 그 열정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시점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최대한 많은 열정을 품지 못한 청춘에겐 다신 보충할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후엔 긴긴 겨울밤이 그를 서서히 죽여갈 것이다.

청춘은 붙잡고 있는 자에겐 아주 오래 머무르지만, 한번 지나간 자에겐 돌아오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사랑하며, 살며, 배우며, 그리고 열기를 뿜으며, 열정을 흡수하며, 그렇게 성장하며.. 청춘은 이어져 나갈수 있다. 사랑할 것, 허접한 사랑은 부정 할 것. 그리고 열정을 찾아 간절하게 헤메일 것. 그럴때 당신의 삶은 비로소 을 머금을 수 있을 것이다.

빛나는 청춘,  나는 종종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