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쉬는 갈등과 이해와 그 포용에 관한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선 인간과 인간이 화해하는 장면에서 꼭 포옹이 등장한다. 온몸으로 상대를 감싸안음.. 내 피부로 그 사람을 느낌.. 나의 체온으로 그를 달래줌.. 당신의 가장 가까운 곁에 내가 이렇게 서 있음을 알려 줌..
지금으로부터 3년쯤 전이었던가.. 나는 길가에서 어떤 여자애를 위해 택시를 잡고 있었다. 그 직전에 조금 싸웠던가, 아니면 서로 불편한 마음이 남아 있었던가.. 택시가 이윽고 멈췄고 나는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택시에 오르려던 그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온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대로변에서 그녀는 나를 힘주어 꼭 안았다. 그 순간 그녀의 체온과 그 마음이 느껴졌고 잠시 후 나는 따뜻해졌다. 그때의 그녀는 그후 쉽게 잊혀졌지만 그날의 포옹만큼은 느낌 그대로 나에게 남았다. 난 그것이 하나의 따뜻한 소통이었다고 기억한다.
그 후 나는 내가 진심을 담아 나의 마음을 전달해주고 싶을때, 다독거려 주고 싶을때, 너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을때, 너에겐 내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을때.. 그럴땐 늘 그를 힘주어 안아주고 싶어진다. 가만히 서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외롭지 않은 존재들이라고 호소하고 싶어진다.
... 나는 너를 충분히 안아주었던가.
그들의 온 힘을 주어 서로를 안는 모습을 보며 나는 혼자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게 언제든, 다시 만날땐 너를 꼭 힘껏 안아주리라고 생각했다..